생활하다 보니 기록

스크린골프장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livingnote-kr 2026. 5. 31. 21:08

당근에서 아르바이트를 찾아보다가
스크린 골프장 공고가 눈에 들어왔어요.

하던 보험일이 잘 안 풀리던 시기였어요,
방향도 못 잡고 있었고 
잘할 수 있을 거라 너무 기대했었고 
누구의 꼬임에 빠진 게 아닌 내가 선택한 일이었기에 더 현타가 왔던 것 같아요.
우울증도 같이 찾아왔던 때라 집에서도 타툼도 잦았고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아이들 눈에도 위태로운 엄마가 보였나 봐요.

그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당근앱을 열었어요.
알바 공고들을 한참 보다가 
스크린골프장 공고에서 눈이 멈췄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딱 한 줄 저를 멈추게 한 것 같아요.

초보 환영.

골프의 골 자도 모르는 저였기에 
그 두 글자에 괜히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일단 부딪혀보자 싶었어요.
잘 안 풀리던 때라 선택지를 가릴 상황도 아니기도 했고요.

스크린골프장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달랐어요.

스크린골프장 하면 짧은 골프웨어 입고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그런 이미지를 생각했었어요.

그건 매장 분위기랑 대표님 마인드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매장 중에 
그런 복장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제가 일했던 곳은 분위가 자체가 다르더라고요

프런트가 호텔 메인처럼 되어 있었어요.
대표님이 그런 분위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시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정장을 자주 입고 근무했어요.

처음에는 좀 과한가 싶었는데 일해보니까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옷차람이 달라지니까 손님들이 저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어요.
비싼 브랜드를 입어야 한다는 게 아니에요.
깔끔하게 정장을 갖춰 입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첫인상이 달라지니까요.

서비스 일을 하면서 느낀 건
어떻게 보이느냐가 어떻게 대우받느냐에 영향을 준다는 거예요.
그게 꼭 외모 이야기가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로 손님 입장에서 신뢰가 가는 직원처럼 보이는 것도
서비스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면접 분위기로 아 난 여기서 일하게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실장님이 처음부터 편하게 대해주셔서 긴장을 풀어 주시더라고요.

나중에 일하면서 느낀 건데 아마 제가 좀 순하고 촌스러워 보였던 게 
오히려 좋게 보이셨던 것 같아요. ㅎㅎ
딱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 일을 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게 있어요.
어떤 일이던 제일 중요한 게 배우려는 태도라는 거예요.

경력이 있다고 무조건 잘하는 게 아니에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분들 중에 
새로운 곳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걸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를 봤거든요.
내가 해봤으니까 알아!라는 태도요.

스크린골프장은 매장마다 운영 방식이 달라요.
골프존이냐 프렌즈스크린이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같은 브랜드라도 점주님마다 매뉴얼이 다르죠
그러니까 경력보다 중요한 건 
이 매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빠르게 익히는 것
그러려면 배우려는 자세가 먼저여야 한다는 거죠.
제가 이걸 느낀 게 병원에서도 그렇고 골프장에서도 
오시는 분들께 일을 알려드리면 그렇게 고집을 피우시면서 
예전 방식 본인들 몸에 맞는 방식대로 하려 한다는 거예요.

서비스직이라고 친절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에요.

계속 병원 일을 해왔어서 처음에 낯설겠다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사람 응대하는 건 병원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전화 응대도 자연스럽게 됐고 손님들 대하는 것도 생각보다 편했어요.
일하면서 느낀 건 서비스직이라고 하면 웃으면서 응대하는 건 기본이고
그 위에 사람 마음을 헤아리는 게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손님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공이 잘 안 맞아서 속상해하시는지 
기다리다 지쳐 계신 건지, 뭔가 불편하신 게 있는 건지 
말하지 않아도 눈치로 읽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더라고요.

병원에서 일할 때도 그랬어요.
환자분이 많이 아프신 날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 표정이 달라지시니까요.
골프장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오늘 게임이 잘 안 풀리셨다 보다 싶으면 
굳이 말 걸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게 맞을 때가 있고
반대로 오늘 기분 좋으시면 같이 웃어드리는 게 맞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 타이밍을 읽는 게 센스인데
이건 매뉴얼로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닌 거고 일단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서비스직이 몸이 힘든 건 참을 수 있는데 사람 마음 읽는 게 너무 힘든 분이라면 \
이 일이 쉽지 않을 수 있어요.
반대로 사람이 좋고 눈치가 있는 분이라면 
생각보다 잘 맞는 일이 될 수 있어요.

스크린골프장 오전 매니저 어떤 일을 하나면요.

오전 오픈하면서 청소부터 시작해요 
매장 전체를 돌면서 정리하고 각 방에 비품도 채워 넣어야 해요.

방마다 과자, 사탕, 티슈, 물티슈 채워야 하고요 
손님이 방에 들어가셨을 때 필요한 게 없으면 그게 바로 서비스의 틈이 생기는 거라
오전에 꼼꼼하게 체크하는 습관이 중요해요.
프로젝트, 메인컴퓨터 장비 켜놓고 스크린천 뒤에 들어간 공 빼기 키패드 닦기 등...

소모품 사용한 것, 전날 매출, 판매된 물품들 모두 엑셀기입 정리를 하는데 
이건 매장마다 달라서 컴퓨터를 조금 다를 줄 아는 분이라면 금방 익숙해져요.

하우스채 정리 및 파손된 곳 있는지 체크
대여용 장갑 세척도 빠지지 않는 업무예요.
손님들이 공용으로 사용하시는 장갑이라 위생관리가 중요하거든요.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꼼꼼하게 챙기는 매장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를 
손님들은 느끼시더라고요. 

예약 관리도 주요 업무예요.
제가 근무했던 곳은 프렌즈스크린이었는데 브랜드마다 예약 방식이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골프존은 게임이 시작되면 예약 시간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방식이고
프렌즈스크린은 수동으로 직접 조정해야 해요 
수동으로 조절해서 다음 예약을 집어넣어야 매출로 연결되는 거라 
굉장히 신경 써서 예약을 받았어요. 손님들도 거의 단골이다 보니 대충 게임시간을 알아요 
그래서 양해드리고 시간을 자르고 미리 예약받고 바쁜 주말 시간대는 퍼즐 맞추기 게임을 시작하죠.ㅎㅎ

오시는 손님 응대가 제일 많은 비중을 자치하는 것 같아요.
방 안내해 드리고 게임 시작 도와드리고 필요한 게 있으면 챙겨드리는 거예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본 흐름을 익히고 나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일이에요.

스크린골프장은 주말에 가장 바빠요.
평일보다 예약이 훨씬 많고 빡빡해서 주말 근무는 필수인 구조예요.

아이들끼리 집에 있는 게 내내 마음에 걸렸어요.
남의 편인 분이 봐주는 상황도 아니었고 주말 일하러 가기 전에 아침 점심 준비해 놓고 간식까지 
챙기는 게 더 많아서 더 일찍 일어나야 했어요. 일하는 내내 폰 보면서 연락 오나 신경 쓰이고
퇴근하고 나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고... 
이게 맞는 건지 한 번씩 현타가 오기도 해요.

주말 근무가 있는 일을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미리 현식적으로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이가 있는 상황이라면 특히요. 주변 도움이 가능한 환경인지 확인하고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2편 에는 실제로 있었던 에피소드랑 규정과 매뉴얼에 대해 느꼈던 것들을 좀 더 풀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