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다 보면 당황스러운 순간이 있어요.
어느 날 손님 한 분이 오셔서 방에서 혼자 연습을 1시간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우리 매장의 매뉴얼상 게임 들어가기 전 연습 잠깐하고 본 게임으로 들어가야 시스템이에요.
연습은 아카데미 타석이 15개가 있기 때문에 아카데미 타석에서 가능한 거죠
정중하게 말씀드렸어요.
저희 매장은 이렇게 운영되니 연습은 아카데미 타석을 이용해 달라고요.
그랬더니 돈을 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죄송하지만 저희는 매장 매뉴얼 안내만 드릴 수 있다고, 너그러이 이해해 달라고 말씀드렸죠.
눈에 어찌나 힘을 주시는지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요.
다른 매장은 어떻고 저쩌고 하시길래 그럼 그쪽 매장이 손님께 더 잘 맞으실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소리를 지르시고 나가시더라고요.
그때는 내가 대처한 게 맞는 건지 솔직히 잘 몰랐고 너무 당황스럽더라고요.
힘도 빠지고 허탈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그게 맞는 대처였던 것 같아요.
제가 양보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으니까요.
처음엔 이 매장이 좀 야박하다 싶었어요.
규정이 꽤 많은 편이었거든요.
라면을 판매하고 있는데 끓여드리는 게 아니고 한강라면이라고
드시고 싶으면 1층 데스크로 내려와서 라면을 가져가야 하는 시스템이에요.
잔돈 교환도 카운터로 직접 오셔야 하고, 무료 음료, 커피도 없고 리필도 안 돼요.
처음엔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단골손님들이 믹스커피 한 잔 달라고 하시면
저는 몰래 하나씩 드리기도 했는데 그런 걸 사장님이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이해가 됐어요.
규모 있는 매장을 운영할 때 규정이랑 매뉴얼이 없으면
질서가 없어지고 혼란이 생기더라고요
손님 한 분한테 예외를 허용하면 다른 손님도 같은 걸 요청하게 되고
그게 쌓이면 매장 운영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거죠.
사장님이 그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었어요.
처음엔 그게 좀 딱딱하게 느껴졌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기준이 명확하면 일하는 사람도 편하거든요.
손님한테 안 된다고 말할 때 눈치 보지 않아도 되니까요.
물론 명확하게 안내는 드리면서 말투 목소리톤은 정중하게 이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게임비가 저렴한 만큼 셀프가 많았어요.
제가 일했던 매장은 게임비가 굉장히 저렴한 편이었어요.
그만큼 손님이 직접 하셔야 하는 부분이 많았고요
처음에는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으실까 싶었는데
회원님들이 그걸 이미 알고 오시는 거였고 10분 정도 기다리시는 것도
이해해 주셨어요. 게임비도 저렴하고 저희도 친절하게 응대해 드리니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하는 거라는 걸 다들 아시는 것 같았어요.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는 정말 전쟁이었어요.ㅎㅎ
예약이 꽉 차있는 날은 카운터 앞이 쉴 틈이 없어요. 방도 수시로 빠지고 들어가시기 때문에
방 청소 및 점검, 각 층 화장실 점검으로 점심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예요.
스크린 방이 많이 있는 매장은 그만큼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스크린골프장마다 운영 방식이 달라요.
서비스가 많고 가격이 높은 곳이 있고 셀프가 많고 가격이 낮은 곳이 있어요.
어떤 게 맞고 틀린 게 아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매장의 방향을 빨리 이해하고 맞춰가는 게 적응을 빠르게 하는 방법인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든 건 손님들이었어요.
힘든 날도 있었는데 그걸 잊게 만드는 순간도 분명히 있었어요.
오실 때마다 간식을 사 오시는 단골손님이 계셨어요.
매번 카운터에 슬쩍 올려두고 가시는데 그게 정말 따듯하게 느껴졌어요.
집에서 농사지으신 걸 먹어보라고 챙겨 오시는 어르신도 계셨고
빈손으로 오시는 게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시면서 오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병원에서도 그랬는데 서비스 일이 힘든 건 맞는 것 같아요.
근데 그걸 상쇄하는 순간들이 꼭 있어요.
작은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에 하루가 달라지는 게 이 일인 것 같아요.
사람이 좋은 분이라면 그 순간을 더 자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3편에서는 스크린골프장 취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들께 솔직하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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